V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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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정종범 원우(15기)
이번 여름방학에는 사법연수원에서 주관하는 법원실무수습 기본과정(7.1.-7.12.)에 참여를 했다. 왜 법원으로 실무 수습을 갔는지, 그 곳에서 어떤 것을 했는지, 법원의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어떤 것을 느꼈는지를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지난 방학 때는 로펌 인턴을 나갔다 왔다. 로스쿨 생활 중 가능한 여러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이번에는 검찰 또는 법원에 가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검찰은 겨울방학 때도 실무수습 과정이 있다고 하여, 인연이 된다면 그 때 신청을 하는 것으로 하고 이번에는 법원에 나가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제주지법에 선발이 된다면, 수습기간 보다 먼저 가서 운전연수를 받고 수습기간 동안 운전을 하며 출∙퇴근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법학전문대학원이 소재하는 지역의 각 지방법원’에서만 가능하다고 하여 가장 가까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1순위로 지원을 하였고, 그렇게 선발이 되었다.
실무수습 프로그램은 크게 (i)연수원 사전강의(7.1.-7.2.)와 (ii)법원별 실무수습(7.3.-7.12.)으로 나뉜다.
가. 연수원 사전강의(7.1.-7.2.)
연수원 사전강의에서는 실무수습에 필요한 기본사항 및 실무과목에 대한 강의를 해주었고, 구체적으로 민∙형사절차론, 요건사실론, 보전소송, 민사집행법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었다.
나. 법원별 실무수습(7.3.-7.12.)
법원별 실무수습기간 동안에는 민∙형사 각각 1명의 지도관이 배치되며, 민∙형사 사건과 관련한 여러 실무 활동을 진행하며, ① 민사실무에서는, 신건 기록∙법정방청 사건 기록∙민사 조정사건 기록 검토보고서 작성, 법정방청, 조정참관 활동이 예정되어 있었고, ② 형사실무에서는, 신건 기록∙법정방청 사건 기록∙국선전담변호 보조 기록 검토보고서 작성, 법정방청, 국선전담변호 보조, 영장실무 교육, 약식사건 기록 검토 활동이 예정되어 있었다. 8일간의 짧은 시간 동안 모든 활동을 다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인턴 기간 동안 자유시간 즉, 일할 시간이 많이 주어졌기 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을 완수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 지도관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면서 프로그램은 마무리되었다.
이하, 여러 프로그램에 대하여 각각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하나하나 설명하기 보다는, 법원에 2주간 있으면서 느낀 전반적인 분위기와 민∙형사 실제 사건을 접하면서 느낀 점을 전하고자 한다.
법원 안에 있는 법정의 분위기는 역동적이고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분위기였다(특히, 무죄를 다투는 형사사건에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법정 밖의 법원의 분위기는 그에 반해 정적이고 판사님들과 직원분들 모두 서로를 존중하면서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었다. 법원 안에 이렇게 상반된 분위기를 가진 공간이 공존한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느 날은 판사님께서 다음달까지 선고해야 할 사건 기록들을 보여주셨는데, 책장 안을 전부 채울 정도로 결코 적은 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판사는 다른 고려 요소 없이 제출된 증거들과 법리적인 사고를 기초로 판단을 하는 직업이기에, 온전히 이 사건에만 집중하여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점은 판사라는 직업의 장점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다른 집단에 비해 독립성이 유지되어야 하고, 그만큼 자율성도 크다는 생각을 하였다.
출퇴근 시간은 기본적으로 9시, 18시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따로 예정된 스케쥴이 없다면 나머지 시간은 기록을 검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이었고, 주어진 업무 외에 다른 회식을 한다거나 개인적으로 부르는 일은 거의 없었고, 개개인의 업무 시간을 존중해주는 분위기였다.
민사사건에서는, 구술보다는 주로 서면 위주로 재판이 진행되는 느낌이었고, 당사자의 말보다는 그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원∙피고 담당 변호사님들께서도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이 “자료를 보완해서 다음 기일에 제출하겠습니다” 였던 것 같다. 앞으로 중요한 계약을 할 때에는, 서면이나 녹음 등의 증거를 꼭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형사사건에서는, 서면으로만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과 공판과정에서 증인신문, 피고인 신문, 최후변론 등의 절차를 거치며 피고인과 관련 증인 등의 말을 충분히 듣고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사기관이 아닌 개방된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도록 하는 공판중심주의에 대하여, 왜 대법원이 이를 재판의 중요한 원칙으로 보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공판중심주의’를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법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여러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서로 대립되는 주장과 증거들이 혼재되어 있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는 말씀을 지도관님에게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때, 지도관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어쩌면 실체적 진실이란 것은 사실 발견할 수 없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판사의 역할은 원, 피고 모두에게 충분히 공격∙방어할 기회를 주고, 그에 기초하여 판단하여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역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