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뉴스레터 제13호

Volumn

13

Sogang Newsletter of Law School May 2025 Issue

Alumni

Interview

윤종훈 변호사 GS건설 사내변호사

이번 호에서는 [언제나 나를 지키는 법]의 저자이자, GS건설 사내변호사로 활약하고 계신 윤종훈 변호사(8기)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현대자동차와 SK텔레콤에서의 직장생활, 그리고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수학을 거쳐 법조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여정, 다양한 산업 경험을 바탕으로 사내변호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과정, 그리고 책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GS건설 사내변호사로 근무 중이신 윤종훈 변호사님을 만났습니다. 업무로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언제나 나를 지키는 법]의 작가이자 변호사로 일하면서 글 쓰고 있는 윤종훈입니다. 현대자동차 인사팀, SK텔레콤 마케팅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8기로 입학했고, 졸업 이후에는 GS건설에서 쭉 일해 왔습니다.

최근에 출간하신 [언제나 나를 지키는 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책”이라고 소개하겠습니다. 사람은 모두 사회생활을 하고,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법이 간절한 순간이 있게 마련이고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때의 저를 돌아봐도 그렇습니다. 저조차도, 목소리 큰 사람들의 말에 휘둘려서 손해를 보는 일이 적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특히 이 책을 사회 초년생분들, 또 아직 법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법률상식 책을 읽으라는 말이 처음에는 와닿지 않겠지만, 이 책을 보고 나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겁니다.

사내변호사로서 생활법률을 주로 다루시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 책을 집필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갖가지 생활법률 문제의 답을 정확히 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만큼 우리 일상에 굉장히 다양한 법적 분쟁이 있고요. 실제로 많은 친구들이 생활법률 상담을 요청해 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니까 대부분 이미 답을 찾은 뒤에 연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대체로 맞지만 조금씩 틀린 내용이 섞여 있는 경우였어요.

가시 없는 순살 고등어라고 해서 안심하고 크게 한입 베어 물었는데 가시가 있다면 어떻겠어요? 잇몸도 상하고 목도 캑캑 막히겠죠? 오류가 섞인 법률상식은 생선 가시보다 훨씬 더 위험합니다. 틀린 자료를 믿고 소송을 했다가 지기라도 한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내가 지게 되니까요. 아직 법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틀리지 않은 정보를 쉽고 재밌게 전해 드리려고 이 책을 썼습니다.

책날개에 선배님 블로그 소개가 있어 찾아보았는데, 블로그에도 좋은 글이 많던데요, 글을 꾸준히 잘 쓰실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잘 써야겠다는 부담감을 내려놓는 게 첫 번째입니다. 특히, 우리 법률가들이 글을 쓸 때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어요.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면서는 어떤 키워드를 포함했느냐 아니냐로 평가받고, 변호사가 되어서는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글을 주로 써야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야구 선수가 어깨에 잔뜩 힘을 준다고 해서 더 빠른 공을 던지는 게 아닌 것처럼, 오히려 어깨에 힘을 빼고 쓸 때 더 좋은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부담감을 내려놓고 일단 쓰다 보면 좋은 글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이 나서 꾸준히 글을 쓰게 되실 겁니다.

선배님께서는 현재 GS건설에서 사내변호사로 재직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맡고 계신 직무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고, 사내변호사로서 기업 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시는지도 함께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변호사로서 건설사에서 일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여전히 총자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은 그 자체로 가치가 높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으니까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합니다.

아파트나 상가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건축물을 기본으로 도로, 철도, 공원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데이터센터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건물에 이르기까지 목적물 자체가 다양할 뿐 아니라, ① 공사도급계약의 체결과 그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설계 변경, 물가 변동으로 인한 추가공사대금 청구, ②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의 규제 준수 문제, ③ 건축허가에서부터 준공검사까지의 각종 인허가 절차, ④ 분양계약의 해제를 비롯한 분양자와 수분양자 간의 분쟁, ⑤ 하자보수 청구 등 건설공사의 전 과정에 걸쳐 단계별로 주요한 분쟁들을 다룹니다. 이러한 쟁점은 공공발주로 인한 ⑥ 공공계약의 경우에도 유사한 측면이 있어서 업무 범위를 넓히기도 좋고요.

따라서 건설사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건설의 전 과정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법률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하고, 기업이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로스쿨 재학 중 다양한 법조 직역을 고민하셨을 텐데요. 사내변호사로서의 진로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진로가 무엇일지를 기준으로 선택했습니다. 질문해 주신 것처럼 변호사 자격증을 들고 고민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척 많습니다. 우리 사회에 법적인 분쟁이 없는 분야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할 수 있는 것과 실제로 잘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당장 세법 관련 자문을 내놓으라고 하면 곤란할 거예요.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3년의 밀도는 아주 높고 변호사시험도 매우 까다롭지만, 그렇다고 변호사 자격증이 뭐든지 뚝딱 만들어 내는 도깨비방망이는 아닙니다. 다른 훌륭한 변호사님들과 경쟁했을 때 내가 두드러질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법학전문대학원 이전부터 자신이 만들어 온 삶의 궤적에 비추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변호사가 되기 전에 다양한 산업과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다른 변호사분들보다는 더 많이 지켜봤기 때문에 기업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선배님은 사내변호사로 법조 커리어를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내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의 장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어떤 분들께 사내변호사라는 진로를 추천하고 싶은신지도 궁금합니다.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시기의 문제일 뿐 변호사는 결국 개업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가 다루는 특정한 산업군의 분쟁만 주로 다루다 보니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건설사의 경우 앞서 강조했듯 건설의 전 과정에 걸친 복잡한 법률분쟁이 많은 탓에 폭넓은 실무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만, 로펌에 계신 분들에 비해서는 절대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공부해서 메울 수밖에 없고요. 제가 책을 쓴 데에는 이러한 이유도 있습니다.

대신 내가 다루는 분야만큼은 원 없이 공부할 수 있습니다. 서면을 쓰면서 건설기술에 대한 자문이 필요할 때 사내 각 부서의 전문가들과 언제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어마어마한 장점이자 자산입니다. 변호사로서 일하는 것은 물론, 나만의 또렷한 전문 영역을 갖추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기업에서 일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아직 로스쿨 내에서도 사내변호사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은 편인데요, 사내변호사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필요한 준비나 조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법원이나 검찰과 같이 단일한 절차로 선발하지 않고, 회사마다 채용 방식이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함부로 조언하기도 어렵고 관련 정보도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준비하시는 후배님들 입장에서는 그래서 더 답답하실 거고요.

그럴 때 단순히 사내변호사로 뭉뚱그려 생각하기보다, 구체적으로 산업과 회사를 정해 목표를 좁히면 준비하기가 훨씬 쉬워질 겁니다. 제가 다녔던 현대자동차와 SK텔레콤만 보더라도 둘은 완전히 다른 회사거든요. 현대자동차 법무팀에서 일하는 변호사와 SK텔레콤 소속 변호사를 모두 사내변호사로 부를 수는 있겠지만 그들이 주로 다루는 법과 하는 업무의 내용은 상당히 다를 거예요.

지원을 희망하는 회사에 관한 뉴스를 찾아보며 각 회사가 겪는 주요 분쟁이 무엇일지, 그에 비추어 소속 변호사가 어떤 법을 주로 다루게 될지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GS건설 채용을 준비하면서는, 윤재윤 변호사님께서 법률신문에 연재하신 [건설법 주요 판례 분석]과 김종보 교수님이 쓰신 [건설법의 이해]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시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수많았던 선택지 어디에도 변호사는 없었어요. 건설사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요. 계획하지도, 목표로 삼지도 않았던 지금의 제 삶이 행복한 건, 하루하루 충실하게 채워 온 경험을 바탕으로 매 순간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애쓴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저는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지혜와 지식의 지극히 작은 부분밖에 알지 못합니다. 더 많이 공부하고, 배운 것을 더 많이 나누면서 지금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멋진 일을 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유익한 말과 글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일만큼은 쉬지 않고 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로스쿨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말씀이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주저 없이 로스쿨 재학 시절이라고 답합니다. 정말 그랬거든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로스쿨 생활이 즐겁기만 했다거나, 변호사시험 준비가 여유로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힘들고 불안하시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여러분과 똑같이 불안에 떨며 힘들어하던 제가 어느새 7년 차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시험공부할 때는 그렇게나 지긋지긋했던 법을 이제는 스스로 찾아보고, 더러 재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이 시인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선생님과 술을 마시면서, 왜 하필 돈도 안 되는 국문과에 가셨냐고 물으니, 시를 알기 전과 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서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법도 그렇습니다. 로스쿨에 갇혀 달달 읽어내야만 했던 법이지만, 그 법을 알고 난 뒤에 저는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거든요. 지치고 불안하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세요. 제 책의 제목처럼, 언제나 법이 우리를 지켜줄 거예요.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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