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뉴스레터 제14호

Volumn

14

Sogang Newsletter of Law School September 2025 Issue

Experience

Overseas Exchange Program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법과대학 해외교류 프로그램 후기: 2주간의 연수 성과 윤보람 원우(16기)

법혁신센터 인터뷰 사진

2025년 6월 27일(금)부터 7월 11일(금)까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과 MOU를 맺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법과대학(Tashkent State University of Law)을 방문하여 올해 초 개소한 동 대학 한국법센터에서 박안서 교수님의 지도 아래 2주간 자유 연구를 진행했다.

연수의 목표는 우즈베키스탄의 법제와 고려인 사회를 이해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처음이 아니었는데, 이번 방문은 2018년에 고려대학교 재학 당시 참여했던 '디아스포라로서 고려인과 새로운 에스노스케이프로서 실크로드의 현대적 가능성'을 주제로 한 우즈베키스탄 단기 연수의 연장선이 되었다. 2주간의 활동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타슈켄트 법과대학의 교원 및 현지 로펌 변호사 인터뷰, 컨퍼런스 참석, 리걸클리닉 및 법혁신센터 방문, 고려인 관련 기관 방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연수 배경

본교 뉴스레터에서 양교의 MOU 소식을 접한 것이 연수의 계기가 되었다. 향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CIS 지역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 타슈켄트 법과대학과의 교류의 일환으로서 우즈베키스탄 법제 연구 프로그램 마련을 양교에 건의했다. 이를 위하여 과거 본교와 일본 및 대만 로스쿨 교류 프로그램, 타슈켄트 법과대학 여름학교 프로그램, 타 로스쿨 해외 실무수습 등의 사례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마침 올해 초에 타슈켄트 법과대학에 한국법센터가 개소되었는데 박안서 센터장님께서 방문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영어와 노어로 작성된 이력서 및 연수 계획서, 러시아 교환학생 프로그램 이수증, 러시아어 자격증, 로스쿨 재학증명서, 학부 졸업증명서를 센터장님께 제출한 뒤 국제협력처의 승인을 받아 이번 연수가 이루어졌다.

우즈베키스탄 법제 연구: 변호사 인터뷰 및 상법 컨퍼런스 참여

ASHINA 로펌 인터뷰 사진

타슈켄트 법과대학의 교원인 지식재산권, 형사법, 노동법 변호사, 법혁신센터의 상법 변호사, 현지 로펌 ASHINA의 변호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상법 컨퍼런스에도 참여함으로써 우즈베키스탄 법제를 연구하고 향후 커리어 방향도 모색할 수 있었다.

6월 30일에 진행된 상법 컨퍼런스는 ‘상법 시스템에서 회사 법률 관계의 역할 : 현대적 접근 방식과 발전 전망’을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이집트, 카자흐스탄, 중국 등 한국을 제외한 여러 나라의 대학교와 기관들의 발표가 있었다. 국제적 경험과 국가적 특성(중국의 사례)을 중심으로 본 디지털 경제에서의 회사법, 이슬람 및 서구의 법 체계에서 법인격의 역할, 기업 지배구조의 디지털화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루어졌다. 우즈베키스탄 법제와 해외 법제에 대한 비교법적 연구 발표를 들으며 보다 거시적·구조적으로 우즈베키스탄 법제를 이해할 수 있었다.

7월 2일에 지식재산권 전문 Shukhrat Yokubov 변호사님과 우즈베키스탄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 수준과 관심,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는 지식재산 기반 산업, 한국 기업이 상표·특허 출원 시 자주 겪는 문제 등에 대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변호사님은 위조품 압수 권한을 직권으로 부여하도록 관세법이 개정되는 등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과 관심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핀테크 분야가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하셨다. 연간 1.5만 건 상표출원 중 한국과 같은 우즈베키스탄 비거주자의 비중이 높고, 한국 기업은 상표분쟁의 일환으로서 위조품 이슈에 자주 직면하므로 현지 변리사 선임 의무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셨다.

7월 3일에 진행된 형사법 분야 인터뷰에서, Odil Aripov 범죄수사학·법과학학과 조교님, Atobek Davronov 형사소송법 강사님, Dilbar Suyunova 교수님께서는 우즈베키스탄 형사법 특징으로 사형 적용 근거 축소(사실상 폐지), 대체 처벌 수단 확대 등 인도화 추세를 꼽으셨다. 그리고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이 자주 겪는 형사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인은 일반적으로 우즈베키스탄 입국 시점부터 3영업일 이내에 거주등록을 해야 함에도 이를 준수하지 않고, 허가 없이 근로하거나 은행을 우회하여 현금 결제를 시도하는 등 비공식적으로 경제 활동하는 문제에 자주 직면한다고 설명하셨다. 또한, 외국인에 대한 특별한 권리나 보호조치와 관련하여서는 외국인은 형사소송법상 통역권, 진술거부권 등의 권리가 있으며 국민과 동일한 절차적 권리가 보장된다고 밝히셨다.

7월 7일에는 법혁신센터에서 상법 전문인 Otabek Davronov 변호사님을 만나 한국 법률 사건의 특징, 우즈베키스탄 법률시장 전망, 우즈베키스탄 활동을 희망하는 한국 변호사를 위한 커리어 조언 등을 질의했다. 변호사님께서는 한국 관련 법률 사안은 투자 프로젝트 관리, 합작투자 설립, 계약상 법적 관계 규정 등의 분야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물류, 에너지, 자원, 인프라 등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가 늘었다고 답하셨다. 또한, 이러한 한국 기업 관련 법률 업무는 현지 우즈베키스탄 로펌뿐만 아니라 한국 로펌과의 협력을 통해서도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셨다. 향후 우즈베키스탄 법률 시장에서 주목할 분야로는 디지털화 및 리걸테크, 기업법 및 투자법, 노동·이민, 환경규제, 국제사법 및 분쟁 해결 영역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한국 변호사에게는 국제무역법, 투자법, 인허가 절차, 국제노동법에 대한 이해를 우선적으로 갖출 것을 권고하셨다.

같은 날, 우즈베키스탄 로펌인 ASHINA 로펌을 방문하여 Shavkat Juraboev 변호사님을 인터뷰했다. 변호사님께서는 다른 현지 로펌들과 달리 ASHINA 로펌은 민법, 공법뿐만 아니라 형법까지 모두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소개하셨다. 그리고 주로 중국 로펌과 협력하지만 한국 로펌의 경우 김·장 법률사무소와 협력한 적이 있다고 설명하셨으며, 카지노 개설 등 해당 로펌의 한국인 형사사건을 공유해 주셨다. 한국의 변호사가 된 후 우즈베키스탄에서의 활동 방향에 관해 조언도 구했는데, 변호사님께서는 AI 대체 가능성을 고려하여 자문보다는 송무를 할 것을 권하셨다. 우즈베키스탄의 송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시민권이 필요한데, 외국인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자와의 결혼이나 부동산 구매와 같은 방법을 통해 송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고 알려 주셨다.

우즈베키스탄 내 고려인 사회 연구: 고려인 변호사 인터뷰 및 관련 기관 방문

강 예카테리나 변호사님과의 인터뷰 사진

고려인 변호사님을 대상으로 고려인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소수민족으로서 겪는 법률적 문제에 대해 인터뷰하고 황만금 박물관, 아리랑 요양원, 고려인 문화센터와 같은 고려인 관련 기관에 방문함으로써 고려인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연구하였다.

6월 30일에 타슈켄트 법과대학의 교원이자 고려인 청년협회 '신세대'의 회장으로 활동하는 강 예카테리나 변호사님을 만나 고려인이 겪는 법률적, 사회적 문제를 중심으로 인터뷰했다. 변호사님은 정부 요직에 고려인들이 많이 진출했을 정도로 고려인들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소수민족으로서 겪는 차별은 없으며 우즈베키스탄 헌법의 '평등한 권리와 평등한 기회'의 원칙이 잘 실현되고 있다고 답하셨다. 현재 많은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이 한국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국어가 미숙하여 기존의 경력과 상관없이 한국에서 대개 단순노동의 일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변호사님께서는 이들이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한국에서 수년간 일하며 자신의 기술을 완전히 잃어버려서 우즈베키스탄에서 다른 직업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전공이나 경력과 상관없이 택시 기사 등 제한된 직업만을 가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알려 주셨다.

7월 1일에는 황만금 박물관을 방문함으로써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황만금 농장 출신의 고려인인 황 폴리나 씨께 고려인의 우즈베키스탄으로의 강제이주사와 황만금 농장의 성과, 이후 고려인 사회의 모습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황 폴리나 씨는 1937년 소련의 스탈린에 의해 러시아 연해주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척박한 땅으로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에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자신들도 어려운 처지임에도 빵을 내어 준 고마운 존재라고 표현하셨다. 그분의 말씀에 따르면,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 당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스탈린이 가장 잘한 유일한 점은 고려인을 보낸 것'이라고 할 정도로 고려인들은 우즈베키스탄에 잘 정착하였으며 그 중심에는 황만금 농장이 있었다. 폴리나 씨께서는 황만금 농장이 소련에서 5년에 1번씩 가장 훌륭한 마을에 수여되는 깃발을 무려 6개를 받을 정도로 대단한 업적을 세웠다고 역설하셨다.

같은 날, 강제이주 1세대부터 그 이후 세대의 고려인 독거노인을 돌보고 있는 아리랑 요양원에도 방문하였다. 요양원은 고려인 초기 강제이주 정착지이자 고려인 밀집지역인 시온고 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아리랑 요양원장님께 요양원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들은 뒤 고려인 어르신들을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의 재외동포 지원 확대 및 고려인과 모국의 유대 강화를 목표로 시작된 요양원 사업의 현황을 확인하고, 강제이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고려인 분들을 가까이에서 만나 대화할 수 있어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7월 9일에는 고려인 대학생들과 함께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지원하여 건립된 고려인 문화센터를 방문하였다. 강제이주 등을 주제로 한 고려인 화가의 그림 전시 공간과 고려인 단체 모임이 이루어지는 방 등을 둘러보았으며 고려인 청년협회인 '신세대'의 모임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황만금 박물관과 아리랑 요양원이 고려인 사회의 과거를 보여주는 곳이었다면 고려인 문화센터는 고려인 사회의 현재를 비추는 공간으로서 고려인 커뮤니티의 모습을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연수를 마치며

한국법센터 앞에서

이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우즈베키스탄 법률 생태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 및 법률 협력의 기회와 한계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현지 변호사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우즈베키스탄 송무 변호사 자격 취득을 위해 시민권이 요구되는 등 여러 제한 때문에 한국 로펌과 한국 변호사의 역할은 의뢰인과 현지 로펌 사이의 중개나 자문으로 제한되고 있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러시아어가 모어인 고려인 변호사의 활약을 보며 우즈베키스탄 내 러시아어 구사 변호사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적으로 함양할 역량으로서 우즈베크어 학습과 우즈베키스탄 송무 변호사 자격 취득 등 여러 선택지를 알게 되어 유익했다.

그리고 이번 고려인 연구를 통해 고려인과 우즈베키스탄 민족과의 관계성, 고려인의 사회적 위치와 커뮤니티의 존재, 새롭게 직면한 문제를 알게 됨으로써 고려인 사회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확장되었다. 아울러 노동법학과 사무실 방문과 현지인과의 교류를 통해서는 비재외동포인 우즈베키스탄인의 한국 취업 수요와 그 배경이 되는 국제정치적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고려인을 포함한 우즈베키스탄 현지인에 대한 일련의 경험은 노동과 이민 분야의 정책·입법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당장은 무의미해 보일 수 있는 경험들이 훗날 하나의 궤적을 이룬다는 스티브잡스의 'connecting the dots' 통찰처럼, 이번 여름 우즈베키스탄에서 남긴 한 점은 분명한 방향으로 연결될 것이다. 함께 호라즘 음식 등 전통음식을 먹으며 현지인들과 문화를 교류하고, 교수, 호텔 지배인, 사업가를 포함해 여러 영역에서 활약하시는 한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지면 관계상 다 담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 이렇게 2주간 쌓은 인적 네트워크와 경험들은 앞으로 내가 CIS 지역 전문 변호사로 성장하도록 돕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해외 연수는 하나부터 열까지 나의 관심사에 맞추어 이루어져 원하는 것을 마음껏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다. 변호사시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로스쿨에서는 이러한 기회가 흔치 않음을 알고 있다. 본교에는 남다른 경험을 가지고 입학하는 원우들이 많은데 그만큼 다양한 개개인의 관심사가 충족될 수 있도록 서강대 로스쿨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소중한 기회를 주시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신 양교, 특히 한국법센터의 박안서 교수님, 홍대식 원장님을 비롯한 본교의 교수님들, 안석 팀장님을 비롯한 행정실 선생님들, 기꺼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 주신 우즈베키스탄 시민들과 한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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